샌드위치 가게에서 만난 해리와 샐리, 오르가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여자들은 누구나 한번쯤은 오르가즘을 꾸며내."
하지만 해리는 믿지 않는 눈치였다. 수 많은 여자경험이 있는 자신이 여자들의 연기 따위에 속아넘어갔을 리가 없다고 말이다. 그래서 샐리는 먹던 샌드위치를 내려놓고 즉석에서 보여주었다. 가짜 오르가즘을 말이다. 신들린 듯한 연기에 해리는 할 말을 잃었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이야기다.
남자의 손길이 살짝 스치기만 해도 여자에게서 자지러지는 신음이 터져 나온다. 본격적인 인터코스가 시작됨과 동시에 여자는 극도의 흥분 상태가 된다. 얼마 되지 않아서는 오르가즘을 느낀다. 관계 도중 수 차례나 절정에 달한다. 설정과 캐릭터는 다양하겠지만, 대부분의 야동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이다.
문제는, 이렇게 야동으로 섹스를 배운 남자들은 정말로 여자의 오르가즘 패턴이 야동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많은 남자들이 과연 내 여자가 오르가즘을 꾸며내는 것인지, 정말 좋아서 즐기는 것인지 좀처럼 구분하지 못한다. 아니, 어쩌면 내 여자가 사실은 오르가즘을 꾸며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조차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지나치게 과장하는 것이 아니라면, 소리도 표정도 모두 영상에서 본 것처럼 리얼한데 어느 포인트에서 이 여자가 연기를 하는 걸까 감을 잡기가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여자들은 종종 연기를 한다. 내 남자의 자존감을 위해, 언젠간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말이다. 야동 배우처럼 극적이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치밀한 그녀의 연기는 본인이 아니고서야 간파해내기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준비했다. 여자가 정말로 오르가즘을 느낄 때 나타나는 숨길 수 없는 반응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