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 권상우도, 에릭도, 이서진도 다 똑같지 않을까. 너무 예가 단정적인가? 각양각색 다양한 캐릭터의 남자들도 침대 위에서는 모두가 한결같아진다는 것. 지금까지 십여 명의 남자와 자본 후에 내린 결론이다.
첫 관계를 맺기 전, 침대 위의 남자를 상상하면 설레는 게 사실이다. 특히 현재 내 남자친구의 경우가 그렇다. 그동안 만나온 모범생 된장국 같은 남자와는 달리 지금의 남자친구는 톡 쏘는 페리에 같은 남자니까. 동갑내기인 그는 다소 권위적이면서 터프한 남자다. 느끼함 빠진 최민수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이렇게 강인한 남자는 잠자리에서 얼마나 카리스마가 있을까. 환상의 풍선을 불었었다.
하지만 펑! 그 역시 다르지 않았다. 어떠한 카리스마도 자신의 심벌에는 약해지는 법인가 보다. 조금 더 자신의 물건을 자극해주길 보채는 그의 어린아이 같은 약한 모습, 심지어 애교까지 부리는 무너지는 모습, 남들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이 남자의 모습은 역시나올시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은밀한 모습을 나만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 때로는 행복하기도 하다. 이런 결론은 어떤가. 아무리 카리스마 넘치는 남자라도, 눕히면 얘기는 달라진다. (35세,여자, 카피라이터)
그를 눕히니, 나도 달라지더라
단지 그의 위에 올라탔다는 이유뿐만은 아닐진대, 그를 눕히는 순간 마치 세일러 문 변신이라도 하듯 요녀로 변신한다. 그도 눈치챘는지, 가끔은 자기가 알아서 눕는다. 그냥 누워 있을 때는 어떻게 허리를 움직여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의 피스톤 운동에 몸을 맡겨버리고 마는데, 일단 내가 올라타면 나도 모르게 리드하고 있다. 우선 엎드려 애무를 해준다. 그의 이마부터 눈, 코, 귀, 입술, 턱, 아담스 애플, 가슴, 배꼽, 그리고 중심, 그 이하까지. 어디서 배운 적도 없는데 그렇게 하고 있는 내 모습이 신기했다.
삽입한 후에는, 마치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가 좇아오는 밤의 기사를 피해 달아나는 것처럼 격렬하게 내달린다. 그렇게 내 몸을 던지듯, 온몸을 불사르다가도 그가 나를 눕히면, 나는 다시 소극적인 수줍은 여자가 된다. 어떤 때는 내가 눕는 것이 좋고, 어떤 때는 그를 눕히는 것이 좋지만, 그를 눕혔을 때 나는 더 흥분하는 편이다. 당신도 한번 그를 눕혀 보라. (26세, 여자, 방송 작가)
남자는 눕혀봐야 안다
이 남자 계속 만나야 되나 말아야 되나 판단이 서지 않을 때면, 일단 그를 눕혀 본다. 눕히면 얘기가 달라지니까. 침대 위에서의 모습이 남자의 진짜 모습이다. 여자를 이해하고, 위할 줄 아는 자상하고 가슴 넓은 남자인지,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이고 좀팽이 같은 남자인지는 눕혀 봐야 안다.
오랄 좀 해달라고 내 머리를 그의 중앙으로 꾹꾹 눌러대는 남자는 최악이다. 자기가 오랄을 원하면 여자에게 먼저 해주는 남자가 그나마 된 사람. 자기 흥분에 못 이겨 표정 관리 못하고 짐승처럼 변하는 남자도 꽝이고, 적어도 ‘너와 하니까 너무 좋다’는 말 한마디 없이 행위에만 몰입하는 남자도 꽝이며, 50대 50이라는 식으로 받은 만큼만 봉사해주겠다는 마인드의 남자 역시 꽝이다. 행위는 온몸의 근육, 세포 하나하나로 통하는 세심한 커뮤니케이션이 아닌가. 후는 또 얼마나 중요한가. 사정 끝나고 자기 오르가슴 끝났다고 씻으러 가버리는 남자나, 42.195 마라톤이라도 완주했다는 듯 지쳐 잠들고 골아떨어져 코까지 고는 남자도 꽝이다. 한번 눕혀 보면 그 남자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다. 때문에 결혼 전에 반드시 그를 눕혀 봐야 한다. (29세, 여자, 의상 MD)
애태우면 여자들은 알아서 눕는다
친구의 소개로 만난 그녀,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부드러운 마스크에 싹싹한 편이다. 그녀는 최소한 남자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준선수급이다. 아, 참고로 나는 자타공인 선수다. 적당히 잘 해주다가도 때로는 마음이 없는 척하고, 자주 전화하거나 문자를 보내다가 한동안 연락을 끊는 등의 고루하지만 전형적인 선수의 룰을 지키며 그녀의 마음을 초조하게 했다. 의외로 오래갔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났는데도 그녀는 눕지 않았으니. 내게 호감이 있는 것은 확실하나, 먼저 스킨십 시도하는 것을 자존심 상해하는 것 내지는 경계를 했거나, 그녀도 웬만큼 나이를 먹었으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선수인 나는 여자를 눕히기까지 6개월 이상을 소비할 수 없다. 그녀를 계속 애태우는 것도 도리가 아니다 싶었다. 행동 개시의 날. 그녀 집 근처의 한적한 골목에서 그녀를 살포시 안고 이마에 키스해 주었다. 사실 난 거기까지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여자 대단히 굶주렸던 모양이다. 갑자기 키스를 해댄다.‘너도 별수 없었구나…’라는 생각. 순간 김이 빠졌다고나 할까. 남자는 그렇다. 아니, 선수는 그렇다. 어쨌거나 나도 예의상 몹시 흥분한 척하며, 조금만 더 있다가 들어가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