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곧 독일 수 있다. 모든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질은 간을 거쳐 대사·해독되는데, 이 과정에서 특정 질환에 아무리 좋은 약물이라도 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잘못하면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다. 간에 심한 이상을 줄 수 있는 약물을 알아본다.
어떤 물질을 먹었을 때, 간세포가 특정한 증상이 나타날 정도로 심하게 손상된 것을 독성 간염이라고 한다. 독성간염에 걸리면 오심, 구토, 식욕 부진, 피곤함, 황달, 오른쪽 상복부 통증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한 간 손상으로 급성 간부전이 나타나면 응급 간 이식이 필요할 수도 있다. 독성 간염을 치료하려면 원인 약물의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부분 약물의 복용을 중단하면 간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된다.
간 손상을 자주 초래하는 약물로는 해열진통제, 항생제, 항결핵제, 호르몬제, 건강기능식품 등이 있다. 해열진통제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은 상용량에서는 간독성이 거의 없다. 그러나 30~50 알 이상 대량 복용한다면 수 시간 만에 오심, 구토, 설사, 복통 등이 발생한다. 수일 후에는 황달, 복수, 간성뇌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상용량이라도 술을 먹고 난 후라면 위험할 수 있다. 알코올에 의해 아세트아미노펜 독성 대사물이 일시적으로 증가해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생제 성분인 에리스로마이신도 간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에리스로마이신으로 간이 손상되면 우상복부 동통, 발열, 황달 증상이 나타난다. 약을 끊으면 회복된다. 결핵약은 사용환자의 10~20 %가 경미한 간기능이상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투약을 계속해도 더 악화하지는 않지만, 환자의 1%에서 심각한 간 손상을 일으킨다. 따라서 결핵약을 복용하는 중이라면 적어도 3~4 주에 한 번 정도는 간 기능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결핵약의 독성 대사물도 마찬가지로 알코올에 의해 증가하므로, 결핵 치료를 받는 중이라면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 경구 피임약 등 대부분의 호르몬 제제는 간으로 나오는 담즙을 천천히 흐르게 만들고, 간 속에 콜레스테롤 담석 형성을 증가시키고, 간정맥 혈전증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 외에도 건강기능식품, 녹즙, 간질 치료제, 항부정맥제 등을 장기간 복용하면 간 손상 증상이 나타날 확률이 먹지 않는 사람보다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