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돔을 사갔던 그 학생이 보내온 메세지의 일부이다. 요약하자면 아들이 콘돔을 샀다는 이유로 어머니는 그 청소년의 뺨을 내려쳤고, 아버지는 몽둥이로 멍이 들 만큼 때렸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그의 여자친구에게까지 연락하여 헤어질 것을 종용하였다.
내 아들의 성(性)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도가 컸을 것이다. 혹시라도 책임지지 못할 일이 발생할까봐, '어린 날의 치기' 때문에 자식이 앞날을 망칠까봐 걱정이 돼서 극단적인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비단 이 학생의 부모님뿐만 아니라, 같은 상황이라면 다른 가정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질 확률은 사실 굉장히 높다.
아마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부모라면 미성년인 자녀의 성생활에 대해서는 상상도 못해봤을 것이다. 우리 애가 섹스를 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한다. 당연히 안 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청소년의 성(性)은 없다. 그래서 미성년자가 콘돔을 샀다는 사실이 뺨을 후려치고 죽도록 때릴 만큼 나쁜 일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관을 공유하는 기성세대가 제작한 성교육 자료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다.
여성가족부에서 실행한 청소년유해환경접촉실태조사를 살펴보면 기성세대가 가진 청소년의 성에 대한 인식을 보다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일단 성관계나 성적인 접촉이 유해행동에 포함된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무려 흡연·음주·환각성물질 사용과 동일한 선상에서 유해한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감히 청소년이 접해서는 안될 영역에 성(性)이 있고, 그렇기에 그들에게 청소년의 성적 권리란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다. 현재의 성교육은 성적 자결권(自決權)을 보조할 수 있는 주체성 확립과 도덕적 바탕에 있지 않고, 청소년과 성생활을 분리하기에 급급하다.
그들은 몇년 뒤 성인이 된다
위에서 언급한 동일한 조사에 따르면 성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의 평균 첫 성경험 연령대는 남성 청소년이 15.2세, 여성 청소년이 14.7세으로 집계되었으며, 섹스를 하는 청소년들의 24.1%은 임신을 하거나 임신을 시킨 경험이 있었다. 활용가능한 피임도구를 알고 있다고 대답한 청소년은 전체의 26%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들은 몇년 뒤 성인이 된다.
성교육을 필요로 하는 대상은 비단 청소년뿐만이 아니지만, 10대 이후로는 직장 내 성폭력 예방교육 등의 법정필수이수 교육 외에 성교육을 받을 기회는 사실 거의 전무하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제로는 성인이 된 이후 섹스를 한다고 해도, 성에 있어서 청소년을 동등하게 대할 필요가 있다. 성이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평생에 걸쳐 안고 가는 삶의 일부이다. 성인이든 비성인이든 성관계를 맺고 안 맺고는 개인의 선택이며, 진정한 성교육은 그러한 선택을 보조할 수 있는 맥락을 제공하고 상대와 나를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보호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데에 그 의미가 있다.
성교육은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상황 속에서 간접적으로 암시된다. 콘돔을 구매한 자녀를 무조건 나무라는 것은 보호가 아니라 외면이다. 원치 않은 임신과 성병은 물론 지양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애초에 청소년기의 섹스에만 해당되는 리스크가 아니며, 특히 성인이 된 이후 알아서 성생활을 해야 하는 우리 사회에서라면 청소년기의 습관과 가치관은 더욱 중요하다. 청소년의 섹스보다 오히려 막연한 호기심만을 가진 성인이 더 위험하다. 결혼하기 직전에 아들딸을 앉혀놓고 '이제 섹스해도 돼'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면, 청소년을 성으로부터 무조건 격리시키는 것은 성에 대해 무지한 성인을 낳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