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트바를 찾는 여성들 중에도 ‘진상’은 있다. 진상이란 업소에서 손님이라는 이유로 횡포를 부리거나 매너 없는 행위를 일삼는 이들을 가리키는 업계 은어다.
김 씨가 말하는 호스트바의 진상 손님은 세 종류로 나뉜다. 먼저 ‘초이스 진상’이 있다. 업소의 선수들을 모두 동원해 선을 보여도 무조건 퇴짜를 놓는 유형의 손님들이다. 그리곤 자신의 마음에 드는 선수를 데려오라고 끝까지 고집을 피운다고 한다. 또 ‘시간 진상’도 있다고 한다. 호스트바는 룸살롱과 달리 테이블마다 따로 정해진 시간이 없다. 손님이 원한다면 영업이 끝날 때까지 머물 수 있다. 시간 진상은 심한 경우 영업 시작 시간에 와서 다음날 아침 9시까지 룸에서 머물기도 한다고.
마지막 유형은 ‘계산 진상’. 막무가내로 술값을 깎아 달라거나 외상으로 계산한 뒤 제대로 돈을 주지 않는 손님들이다. 수백만 원어치의 술을 마시고 60% 이상을 깎아달라고 생떼를 쓰는 경우, 외상으로 처리한 뒤 연락을 끊거나 ‘오늘 내일’ 하며 술값을 미루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그러나 이런 진상 손님들이 와서 횡포 아닌 횡포를 부려도 선수들은 절대 인상을 구기거나 싫은 내색조차 보이지 않아야 한단다. 아무리 손님이 괴롭혀도 웃어야 하는 게 정빠 선수들의 숙명(?)이라고 김 씨는 설명했다.
호스트바 선수들은 ‘술과의 전쟁’도 치러야 한다. 김 씨는 “손님들 중 대다수가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아가씨들이기 때문에 테이블에서 술을 많이 마신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술잔을 건네는 경우가 많은데 이 술을 다 받아 마시면 다음날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며 “그래서 선수들은 선배들로부터 ‘술 버리는 법’을 따로 훈련 받는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술을 버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술을 적게 마셔 건강과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 위함이고 또 하나는 손님들이 술을 빨리 소비하게 만들어 매상을 올리기 위함이다. 그는 “술을 버리다 손님들에게 걸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손님들이 술판을 뒤집어엎기 일쑤다. 그래서 술을 버릴 땐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긴장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선수들의 술 버리기와 관련해 재미있는 일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먼저 선수 경력 3년차 이 아무개 씨의 일화. 어느 날인가 이 씨는 룸에서 손님이 따라 주는 술을 몰래 얼음통에 버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가 수 시간에 걸쳐 이렇게 버린 술은 양주 반 병 분량. 그는 기회를 엿보다 손에 들고 있던 잔 속의 술을 또 얼음통에 슬쩍 부었다. 그런데 그 장면을 한 손님에게 들키고 말았다. 룸 안은 찬물을 끼얹은 듯 살벌한 분위기로 돌변했다.
위기일발의 상황. 하지만 이 씨의 ‘재치’가 이 위기를 모면케 했다. 그는 갑자기 얼음통을 집어 들어 “나는 이렇게 마셔야 직성이 풀린다”며 통 속의 술을 한 번에 다 마셔버렸다는 것. 이로 인해 위기를 무사히 넘겼음은 물론이다.
업계에서 멋쟁이 선수로 유명한 박 아무개 씨의 ‘무용담’도 있다. 어느 날 박 씨는 룸에서 동료 선수가 쓰레기통에 술을 버리다 들통이 나 손님들의 술값 300여만 원을 고스란히 날릴 위기에 몰리자 ‘흑기사’로 나섰다고 한다. 박 씨는 분기탱천한 손님들 앞에 나서서 “저희가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이 쓰레기통의 술을 제가 다 마시겠습니다”라고 말하며 가래침, 담배꽁초 등이 가득한 쓰레기통을 들고 그 안의 술을 모두 다 마셔버렸다고 한다. 이 모습을 보고 마음을 푼 손님들이 그날 술값을 모두 지불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