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화에서 휴대폰의 조금 다른 용도를 알았다 어느 영화의 한 장면. “야, 지금 내게 전화해서 끊지 마!” 그리고는 ‘드드드드~’ 강력한 진동에 몸을 맡기는 여주인공. 휴대폰의 새로운 용도를 선보이는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어른들의 장난감은 허접한 링(귀두 바로 아래에 끼우는 것으로 용도는 발기를 좀 더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 바이브레이터와 딜도(남성 성기 모양의 물건), 마릴린(여성의 질 모양으로 생긴 인형)만이 아니다. 섹스토이(sex toy)는 섹스할 때 어른들이 갖고 노는 모든 장난감을 총칭하는 것이다. 스타킹이나 비단 스카프(원초적 본능에서 여주인공의 손을 묶고 눈을 가리는 용도로 나왔다), 야한 속옷이나 러브젤, 에로틱한 향기가 나는 아로마, 최음제, 처녀들의 친구인 당근이나 오이, 가지 같은 걸 비롯해서 바이브레이터, 심지어 외국에는 엑스터시(우리나라는 불법이라 큰일 난다)까지 섹스 때 이용하는 모든 것을 가리킨다. 휴대폰을 이용한다면 휴대폰까지! 우리나라에서도 은근히 이걸 사용하는 사람들이 꽤 된다. 각종 포털 사이트의 쇼핑몰과 홈쇼핑 등 온라인을 통해 꾸준히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섹스토이를 쓴다고는 말을 안 한다. 그렇다면 누가 사서 어떻게 사용한다는 말인가? 일본에서는 섹스숍이 동네 약국만큼이나 흔하고, 네덜란드에 가면 섹스숍이 초콜릿 가게만큼이나 예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기구들을 사용한다면 저질이나 변태 성향을 지닌 사람으로 보니 그저 드러내지 않고 알게 모르게 사용하는 것이다.
쓰고는 싶은데, 너무 밝힌다고 할까봐… “진동이 강한 건 몸속이 얼얼해요. 크고 오래 가니까 너무 좋아요. 둘레가 일단 남편 것보다 1.5배는 더 되는 것 같아요. 우툴두툴하니까 자극도 더 좋고요. 처음에는 잘 안 들어가더니 요즘은 한 시간씩 써요. 어떨 때는 하루에 두 번도 쓰고요. 하고 나면 아랫배가 뻐근하고 온몸에서 땀이 납니다. 다이어트가 따로 없어요.”
강현정씨(36)는 한 달에 한 번, 혹은 두 번으로는 도저히 욕구를 채울 수 없어서 큰맘 먹고 옥수수 모양의 섹스토이를 구입했다. 남편이 하는 것과는 확실히 달랐다. 직진으로 전후, 약간 옆으로 좌우로 하는 것과, 전후좌우, 360도 회전까지 기교를 부리는데 힘없는 남편 것과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결혼 10년차인 박진숙씨(40)도 사람들의 입소문을 듣고 갈수록 잠자리를 피하는 남편을 대신해서 하나 구입했다. 남성의 성기처럼 생긴 특수용을 구입했는데 아래에 클리토리스 자극용 구슬이 하나 더 달려 있었다. 질벽 자극에다 클리토리스 자극을 서비스로 받으니 금상첨화였다. 이렇듯 섹스토이는 남편 몰래 여성들의 자위용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원래는 부부가 같이 쓰는 게 좋다.
“신혼여행 때 남편과 네덜란드 섹스숍에 갔다가 몇 개 사왔어요. 모양이 예쁘고 깜찍한 게 많아서 그렇게 이상하지는 않았어요. 우리 부부는 막대 사탕처럼 생긴 걸 가끔 써요. 남편이 먼저 애무를 해주고, 그 다음에 토이를 쓰거나 내가 토이를 쓰면서 자위하면 남편은 그걸 지켜보죠. 가끔씩은 토이만 가지고 섹스를 하자고 해요. 그런데 마무리는 언제나 남편이 해요.”
외국에서는 남편이 출장 갈 때 “나 없을 때 스트레스 받지 말고 이것 써!” 하거나, 서로 선물로 주고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섹스토이가 보편화되어 있지 않다. 가끔 사용한다 해도 부부끼리 쓰는 것보다 대부분 몰래 써본 사람만 이것저것 사서 자위 하면서 쓰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그녀들도 섹스토이를 써봤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러면, 왜 이렇게 내숭을 떠는 걸까? 비엘여성의원의 박혜성 원장은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섹스 문화를 지적한다. “섹스는 선입견과의 싸움이에요. 주위에서 많이들 쓴다고 하면 얼마든지 쓸 수 있어요. 하지만 여성들이 먼저 쓰자는 얘기는 못합니다. 남편이 쓰자고 해야 못 이기는 척 쓸 수는 있겠죠. 만약 아내가 먼저 쓰자고 하면 밝히는 여자, 좀 놀아본 여자로 볼까봐 감히 쓰자는 소리를 못하는 거죠. 병원에 와서는 불감증이라고 하지만 남편에게는 불감증이라는 말을 한 번도 못하고 사는 여자들도 많아요.”
사실 섹스토이는 몇 년 전만 해도 점잖게 전자제품으로 분류되어 팔렸다. 아픈 데나 가려운 데가 있으면 여기저기 안마를 하는 용도로 사용된 것. 안마기를 사면 사은품으로 끼워 오던 미니 안마기가 사실은 클리토리스 자극용 섹스토이였던 것이다. 그러니까 제대로 된 용도를 모른 채 쓰고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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